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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간 8시 12분, 저녁이다
충격이다. 방금 책 한 권을 읽고, 너무나 큰 충격에 빠졌다.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
유튜버 '김작가TV'로 유명한, 김도윤 작가가 쓴 책이다. 뭘 읽을까 고민하다가 '그래. 김작가TV를 하면서 1000명을 만나고 느낀걸 배워볼까? 책에 다 알짜배기가 다 요약되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책은 정말 다른 이야기였다. 내용이 제목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김도윤 작가님이 일부러 의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 일부러 성공학을 표방하셨구나. 독자들이 읽고 느끼는 바가 있으라고?'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 진짜 1000개 인생을 만나고 느끼고 배운 내용일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겐 1000명의 성공한 공통점이나 방법보다도, 이 내용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1. 2형제가 가난한 집에서 살아온 이야기
우선, 전체적인 내용은 '김도윤 작가님의 삶'이다. 부제는 '스스로 떠나가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다(내가 느낀 것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유튜브에서 봤던 내용이 오버랩이 되었다. '어? 김도윤 작가님 어머니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으셨나? 가족 중에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신 분이 있다고 하던데..'
처음에는 어머니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닌 줄 알았다. 김작가님의 어머니께서는 가난한 집에서 아들 2명을 키우며,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다. 가난해도 가난함을 티내지 않고, 힘들어도 그것을 티내지 않았다. 법을 어기지도 않고, 돈을 빌리지도 않는, 그런 전형적인 '모성애' 삶을 사셨다.
2. 인싸 형 VS 아싸 동생
원래 첫째가 꼴찌되고 꼴찌가 첫째된다는 말이 있었던가?
김작가의 형님은, 어렸을 때 엘리트였다. 반에서 공부도 곧 잘 하고, 학교 임원도 맡았었다. 그렇게 명문대에 대기업 취직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돌연 퇴사한다. 다른 중견기업 들어갔다가도 1개월 만에 퇴사. 그런 삶을 몇차례 반복하다가, 사회와 격리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그것도 폐쇄병동으로. 공중전화 외에 어떠한 소통의 기회도, 생활의 자유도 없는 그곳에 입원한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그런 곳에 보낸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특히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활이 빠듯한데다가, 희망이자 자랑이던 큰아들이 병신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3. '누가 나를 도청한다' 의 공통점
여기서 잠깐, 내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사회와 격리된 상태다. 정신병동까진 아니지만, 집에서 정신과약을 먹으며 살고 있다.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또 심리상담이나 종교 센터에 자주 나간다. 겉보기엔 정상처럼 보이지만, 특정 상황에서 공황 상태를 보인다. 특히 "경찰이 나를 미행한다" "누가 나를 도청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많이 말하곤 했다. 그런 내 친구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 가족들도 어찌 못하는 상황을, 내가 감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김작가의 형님은 처음에 환각증세? 같은걸 보였다고 한다. "윗집이 나를 도청하고 있어"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참다 못한 가족은, 실제로 경찰을 불러 윗층까지 동행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했을 때, 이런 증세들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누가 도청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ㄱ본인 스스로의 꿈이 좌절되거나
ㄴ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ㄷ사회공포증이 극대화되거나
나도 사실 그랬다. 아랫집이 너무 소음이 시끄러워, 경찰을 부른 적이 있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아랫층은 오히려 나를 고소를 했다. 그 후, 아래층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아랫집에서 우리를 도청한다고 생각했다. 주기적으로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고, 도청기를 키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불성설이다. 내가 자존감이 떨어진 상황이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었다.
4. 우울증은 어머님까지 전염되고
김작가님의 어머님은 아들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컸다. 그래서 본인이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병원 폐쇄병동까지 입원하게 된다. 형이 있던 그 자리에, 어머니가 가게 된 것이다. 참으로 신의 장난이 아니라 할 수 없겠다.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 와, 유튜브에서 말씀하신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작가님의 어머니는 입원했음에도 아들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빨리 서울로 올라가. 뭐하러 여기 계속 있어"라고 말씀하신다. 오히려 김작가님이 "아, 조금만 더 있을래"라고 말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어머니는 과연 아들이 먼저 가길 바랬을까? 아닐 것이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음에도, 아들에게 피해줄까봐 먼저 가라고 등 떠민 것이었다. 김작가님의 어머니는 엄청난 배려심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글 너머로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이 제 정신이 아님에도, 어떻게 아들을 배려할 수가 있었을까?
5. 그렇게 떠나버린 어머님
김작가님과 어머님의 마지막 만남에서,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통상, 사람이 하던 행동과 다른 행동을 하면, 이것은 이상신호라고 했던가? 김작가님의 어머니가 평소와 다른 말씀을 하셨다. "조금만 더 있다가. 안가면 안돼?"라고 말씀하셨단다. 그걸 들은 김작가님은, 조금 더 있다가 갔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는 "집에 가고 싶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며칠 후, 어머님은 퇴원하셨다. 그리고 하루 뒤,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리셨다고 하셨다. 거기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자식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또 법없이도 사는 분이... 스스로 뛰어내실 수가 있지?' 사실 너무 이해가 안갔다. 내가 이해가 안간다고, 그런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아마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할 본인만의 사정이 있으셨으리라.
난 여기서 나만의 추론을 돌려봤다. '혹시... 어머니께서 정신병동에서 학대 당하신거 아니야? 요즘 다큐를 보면, 병원에서 별 이상한 짓들 많이 하던데.. 모든 간호사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간호사들이 미친 짓 많이 하던데. 아기도 죽였잖아. 그래놓고도 모르쇠하던데... 혹시?'
그게 아니라면, 아예 어머니께서.. 이미 마감을 계획하시고, 그렇게 하셔던걸까? 나는 모른다. 정신병원에 입원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신과약을 먹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우울증? 우울한 증세는 겪어봐서 안다. 물론 정신병일 정도면, 순간적인 우울감과는 다르겠지? 또 우울감과 우울증이 다르듯이, 우울증과 정신과약을 먹는 것도 다르겠지? 통원치료 받는 것과 병동에 입원하는 것도 다르겠지? 또 폐쇄병동에 갇혀있는 것은 또 다르겠지?
진짜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읽는 내내, 숨이 턱 막혀왔다. 책을 읽으면서 운다는게, 참 생소하기만 하다. 그 정도로 이 책은, 마음을 후벼팠다. 그런들, 글을 쓴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본인의 치부 중의 치부를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는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난 정말 김작가님을 보며, '아.. 이 분이 진짜 대단한 분이시구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6. 인생의 아이러니
어머니가 그렇게 되신 이후로, 김작가님은 승승장구?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김작가님은 한강이 보이는 큰 집에서, 홀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토록 바라던 밀리언셀러 작가의 꿈에 가까워졌음에도, 사랑하는 어머니가 안계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걸 힘겨워 하신다.
이 부분에서, 제목이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인 이유가 짐작이 갔다. 1000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은, 바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의 중요성이다. 물론, 열심히 살고 돈 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함께 옆에 있을거라는 당연함이, 사실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것을 깨우쳐주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셨을까? 나 또한 이 부분을 읽고, 정말 '아... 내 이야기다. 지금 딱 나에게 맞는 이야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책에 나온대로 말이다.
7. 돈보다 중요한 것
웅진 창업주 윤석금 회장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우리 회사의 사명은 '또또사랑'입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뜻이죠" 윤석금 <사람의 힘>에 나온 핵심 내용이다.
김작가님의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에서 가슴 절절함이 느껴지듯, 인생에서 가장 절절하도록 중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김작가님의 책에선 '가족에 대한 사랑'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만약 그 사랑의 크기를, '이웃에 대한 사랑' '나라에 대한 사랑' '민족에 대한 사랑'으로 넓힌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니 어쩌면, 100년 전 우리 조상님들은 그런 삶을 살다 가셨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묵념하며, 이 글을 마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축복이지만,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숭고하다.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 뿐만이 아니다. 부모님의 아가페적 사랑, 나라에 대한 애국자적인 사랑, 더 나아가 인류애까지.. 모든 사랑은 한다는 그 자체로 '숭고'한 것 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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