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현재시간 5시 18분, 집이다
저녁이다. 시간이 빨리 간다. 벌써 7월이고, 벌써 5시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영풍으로 갔다. '돈형님'이 쓴 책 <부의변곡점>이라는 책을 봤다. 돈이나 부에 관한 책들을 하두 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목이긴 하다. 그래도 '돈버는형님들(정윤진 님)'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그냥 봤다.
처음 1~2장은 돈과 가난,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 다음부터는 스마트스토어를 하는 구체적 방법, 아니 사업자를 내는 방법부터 적혀 있었다. 아주 초보자 입장에서 궁금했던 것을, 스킵하지 않고 적어놔서 좋았다. 덕분에, 나도 오늘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그냥 하라고 해서, 그냥 했다.
1~2장을 건너 뛸까 했다. 사실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 '그래서 실제로 뭐해야 하는데?' 를 더 궁금해하는게 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나도 F였다. 돈형님(정윤진)이 살아온 인생과, 곰팡이핀 부모님 집, 가난으로부터 처절하게 살아왔던 삶이 참 너무도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다. 공감도 많이 갔다.
저자는 4년제 지방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10년 했다고 한다. 차장까지 달고, 스마트스토어로 매출 넘어선 후 '전역'하듯 퇴사했다. 그 점에서 나와는 스타트 자체가 좀 다르다. '그래도 차장까지 달았잖아.. 나는 직장생활 자체가 안된다구'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공감이 많이 갔던건, 가난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대학 다니면서, 3천원짜리 학식을 먹을 돈이 없어서 도망다녔단다. 친구들이 같이 먹자고 하면,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홀로 되었다. 왜? 3천원이 없어서. 학교 매점에서 파는 700원짜리 빵으로, 점심을 해결했단다. 어떨 때는, 집에서 계란을 삶아와서, 화장실에서 먹었단다. 물소리, 냄새 등이 엄청 났는데, 그래도 괜찮았단다. 친구들에게 들키는 것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나도 화장실에서 대학 점심시간을 보낸 적은 있다. 왜? 친구가 없어서. 혼자 있기가 뭐해서. 친구가 없어서, 그냥 홀로 엄마카드를 들고 짜장면집에 간 적은 있다. 그 때는 그래도 혼자 밥은 먹었다. 엄마가 어떻게 번 돈인지도 모른채, 그냥 나는 혼자 맛있게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참 못난 놈이였다.(지금도 못난놈이지만)
또 돈형님 아버님에 대한 썰이,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돈형님 아버님은 노가다꾼이다. 본인이 다녔던 인력사무소를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신다. 때문에, 똑같이 가난하다. 어금니가 전부 없어, 앞니로만 음식을 씹으신다. 그런데도 임플란트를 해드리지 못해, "돈 많이 벌면 꼭 해드릴게"라고만 말한다.
이 부분도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나도 엄마가 최근 치과를 다녀오셨다. 임플란트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거기에 어떤 돈도 보태드릴 수가 없었다. 생활비도 못대드리는데, 임플란트 비용을 대는게 참... 30년 넘게 키운 결과가, 지금 이 꼴이라니. 그것도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게 나라니.. 참 죄송했다.
그래도 돈형님이 부러운게 있다. 결혼은 했다는 것이다. 600만원 들고 어렵사리 했지만, 그래도 결혼이라는걸 했긴 했다. 또 아이도 2명이나 있다. 가정이라는게 있다. 물론, 그 가정을 만들고 유지하기까지 누구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육아부터 생활, 교육시키는 것까지.. 무엇 하나 스트레스 없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혼을 했다는데 있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나보단 잘생겼고 말이다.
중요한건 돈형님의 자세다. 돈형님은 굉장히 진솔한 사람인 것 같다. 할 줄 아는게 없어도, 그냥 '닥등'을 했다. 닥등이 뭔가 했더니 '닥치고 상품등록'하는거란다. 쉽게 말해, 되든 안되든 노가다한다는 것이다. 그걸로 인생을 바꿨다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전략이 없는게 오히려 전략이 된다는 것에서, 끈기도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용기를 얻었다.
돈형님은 스스로 IQ를 100이 안된다고 했다. 본인은 평균보다도 모자라다라고 커밍아웃했다. 진짜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나 스스로도 기본적인 계산도 잘 못하는 IQ이기에, 방금 본 숫자도 기억 못하는 IQ이기에, 남들 앞에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그런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용기랄까? 뭐 그런걸 얻었다.
사실 난 지금 길이 없다.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동안 하던 알바에서도 일이 많이 없고, 오늘 하기로 한 알바몬에서도 마땅한 일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돈형님같은 사람의 성공담은 보다 크게 와닿는다. 노력을 어디에 어떻게 쏟아야할지에 대한, 조금의 힌트가 되는 것 같다.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면 부자가 된다고? 사이토 히토리 <1% 부자의 대화법>을 읽고 (1) | 2024.07.04 |
---|---|
콘서트로 1조씩 버는 여자의 삶은 어떨까? <테일러스위프트>를 읽고 (2) | 2024.07.03 |
내 자아는 무엇일까? <고통 말고 보통>을 읽고 (0) | 2024.07.01 |
화를 참으면 뭐가되는지 알아요? 세네카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를 읽고 (0) | 2024.06.27 |
1호선 단소빌런을 보며 사색해봤다. <사색이 자본이다>를 읽고 (0) | 2024.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