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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시오, 세네카. 대한민국에서 살아봤어요? 화를 내야할 상황에서 안내면, 호구로 보고 더 막대하는 경우가 많다니까요?
현재시간 5시 57분, 집이다
오늘 읽은 책은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세네카의 책이다. 세네카가 누구던가. 로마시대의 철학자다. 태블릿에서 볼 수 있는 작가가 몇 없어서, 혹시나 해서 쳐봤는데 나왔다. 그래서 무작정 읽었다.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에 대한 답은 뭔가? '무시해라'이다. 화를 직접 내지 말고,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란 것. 이게 세네카의 말이다.
그런데 화라는게 그렇게 단순한가? 상대방이 아무리 짖어도, 무시가 될만큼 단순할까? 적어도 세네카에겐 단순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세네카는 로마의 집권층이였기 때문이다. 그 때는 지금보다도 신분적으로 더 벽이 강력했을 때다. 세네카 정도의 집과, 세네카 정도의 권력과, 세네카 정도의 재산이 있었으면, 나도 그냥 무시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위는 나의 단견일 수 있다. 역으로, 세네카 정도의 인품을 갖췄기 때문에, 그가 재상의 자리에 올랐을 수도 있는 법. 세네카가 주로 말하는, 대목을 몇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1. 화가 날 것 같으면, 처음부터 그 싹을 짓밟아버리고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제일 좋다. 일단 화가 나면, 안전한 곳으로 되돌아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화가 지배권을 틀어쥐면, 이성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그 순간부터 화는, 그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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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일까? 화가 날려고 하면, 애초에 멀어지라는 것이다. 애초에 화가 나려고 할만한 상황에서, 빨리 도망쳐야 한다. 화날려고 하면 대화를 중단하거나, 화날려고 하면 장소를 벗어나는 방법이 떠오른다. 세네카도 그랬을까?
나는 화를 잘 내진 않는다. 화가 저절로 많이 날 뿐이다. 화가 나는 일은 많지만, 화를 직접적으로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화가 아예 안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말 많이 고민하기도 많이 했다.
옛날에 누가 이런 질문을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줬다. '상대방을 알면 화가 안납니다'라고. 마치, 인간에 대해 통달이라도 한양,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을 다 안다고, 화가 안나는 것은 아니다. 이해가 되면 화가 덜나는 것 뿐이지, 짜증나는 상황이 계속되면 화가 올라오기 마련이다. 특히 무례한 자들을 지속적으로 마주했을 때, 화는 계속 쌓여만 간다. 이건, 거의 불가항력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을 되도록 안마주치는 것, 이것이 최고의 방법이겠다. 그러나, 층간담배나 층간소음 등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귀를 막거나, 창문을 닫는 것도 수년째다. 계속해서 나만 피해보는 것 같아 화가 더 난다면 어떻게 할까? 세네카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2. 분노의 감정으로 벌하지 마라-
세네카는 복수를 하지 말고, 분노의 감정을 가지지 말라고 한다. 분노가 자신을 집어삼키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이보시오, 세네카. 대한민국에서 살아봤어요? 화를 내야할 상황에서 안내면, 호구로 보고 더 막대하는 경우가 많다니까요? 제가 치과에서 화를 한 번 내니까, 그제서야 조곤조곤 존중하면서 대하더라니까요? 화 안내고 그냥 친절하게 대했더니, 만만하게 보고 스케쥴을 몇번씩 바꾸더라니까요?!"
화가 올라오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으랴. 화가 올라오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올라오는 것을 ㄱ그대로 반응할 것인지 ㄴ관찰하고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화가 올라온다고 무작정 반응하는건, 대다수의 사람들이다. 화를 관찰하고 바라보면, 다각도로 분석이라는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말을 한다면, 더 확실하게 어필을 할 수 있을거라는게 내 생각이다.
'화를 참으면 암이 되요' 홍준표의 말이다. 화 뿐만 아니라, 원래 모든게 그렇다. 누르면 더 크게 올라온다. 화도, 사랑도, 어떤 것들도 누르면 더 크게 올라온다. 화를 그냥 '참아라'라고 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를 키우는 것과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3. 몸과 마음이 피폐할 때, 쉽게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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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그렇다. 체질이 약한 사람들은,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불편한게 많을 수 밖에 없다. 배고프거나, 아프거나, 덥거나, 외로울 때, 우리는 더 분노하기가 쉽다. 이를 알아차려 중용을 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게 상책인 것 같다.
세네카는 분노를 '억제'하라고 한다. 억제가 가능한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유념해야겠다. 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서, 후회할 일을 벌이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가 문제가 아니라, '분노 + 언행' '분노 + 행동'이 나에게 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노는 '모욕'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 모욕적일 때, 우리는 분노하기 마련이다. 최근 전철에서 노인과 싸운 사건이 떠올랐다. 그 노인은 내 몸에 손을 대놓고도, 나에게 반말하며 모욕을 줬다. 그 때, 나는 분노로 대응하지 않았고, 그 때 모욕당한 트라우마가 나를 더 분노하게 만든다.
세네카의 말에 따르면, 분노를 잘 억제했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 글을 쓰면서 분노가 올라오는가? 세네카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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