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 듣고 쓰기

정법, 버스 탈만한 환경

공부생 2022. 3. 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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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간 2시 15분

 

 

1. 정법을 듣는 중, 또 한가지가 걸렸다. 바로 '책'에 관한 부분이다. 스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버스 타고 다니라고 환경을 준데는 이유가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내버리고, 책 읽는다고 놀고 쳐자빠졌다? 나중에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더불어 말씀하셨다. "40이 뭐라고 하죠? 불혹이라고 하나요? 불혹이 뭐죠?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30대는 말이죠. 사람들이 다 도와주러 와요. 그런데, 40이 되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다 달아보러 옵니다. 사기 당하고,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버립니다. 50대에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인생이 너덜너덜해집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 분들, 다 그래서 그런겁니다"

 

 

이 대목을 듣고, 충격이 왔다. '나는 뭐지? 버스, 전철 타는 시간.. 시간과 지각을 아끼겠다고 책을 읽는다. 그 한 틈을 아끼겠다고, 정법을 mp3로 넣어서 들으며 다녔다. 내가 잘못된걸까? 과거, 정법에서 그러지 말라고 하신 적 있다. 환경이 올 때는, 환경을 흡수해야 한다고 하신 적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2. 정말 내가 잘못한 거였을까? 사실, 내가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외부에 지각을 빼앗기기 싫어서'이다. 길거리에 걷다 보면, 수많은 유혹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사고난 것부터, 요상한 패션을 하고 다니는 사람, 엠블런스 소리, 디자인 예쁜 건물들.. 이런 것을 다 보고 다니자면, 정말 끝도 없다. 그렇게 집에 들어오면, 피곤에 빠진다.

 

 

그래서, 나는 위빠사나를 길에서 연습했다. 5번의 코스에서 체득한 위빠사나 방법을, 걸으면서 하기 시작했다. 즉, '사띠' 명상이다. 알아차리며 걸으면서, 내부로 주위를 돌렸다. 그랬더니, 덜 피곤했다. 밖에 나와서든, 집에서든 뭔가 '내 인생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름 만족했다.

 

 

그런데, 정법을 듣고 보니, 참 무섭기도 하다. 만약, 내가 온 환경을 다 쳐내버린 것이라면? 공부거리를 싹 다 무시한거였다면? 나는 40대가 되어, 쭉정이가 되는걸까? 정말 버스 탈 환경이라는 것도, 신의 선물이였단 말인가? 당연히 버스나 전철보다, 자가용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다. 자가용보다도 기사 딸린 세단을 원했다.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걸까?

 

 

 

 

 

3. 과거, 나는 '대접받는 삶'을 원했다. 뭔가 귀중한 사람으로 대우 받길 원했다. 존중을 원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 기제일 것이다. 그러나, 정법에서 '수행의 근본은 대접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듣고,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접 받으려 하는 자체가, 오히려 공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대접 받는 환경이라는게, '공부'라는 잣대로 봤을 때, 과연 좋은 환경일까? 예컨데, 잠실 호텔에서 대접만 받고 다니는 '서울 깍쟁이'가 있다고 하자. 백화점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 여성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3년 동안, 그렇게 대접만 받고 다녔다. 돈을 쓰며 기분을 내고 다녔다. 3년 후, 이 여성은 영혼이 성장했을까? 공부가 되었을까?

 

 

나는 모른다. 그런 삶을 살아본 적 없고, 그런 여성을 가까이서 본 적도 없다. 추측컨데, 별로 좋지 않을거라곤 생각한다. 그런데, 3년 동안 기분이 좋은 상태로, 계속해서 즐거워했다면? 또,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영혼이 대접받을 때, 성장하고 공부가 된다는 증거 또한 모를 일이다.

 

 

 

 

 

4. 처음으로 돌아와보자. 나는 버스탈만한 환경으로 살고 있다. 극 서민층이다. 이 환경에 놓여져있을 때, 나는 '배움'의 관점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 '자수성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아득바득 이만 갈면서 살았다. 그래서 이도 뿌러졌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바른걸까? 주위 환경을 모두 그대로 흡수하라고 하셨는데, 어떤 맥락일까? 정말 오는 것을 다 보고, 들리는 것은 다 듣고, 그냥 넘어가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책은 뭘까? 읽고 싶어서 읽고, 재미있어서 쌓는 지식도 있다. 그 재미를 물리친 채로, 더 재미 없는 '환경을 관찰'해야 하는걸까? 스승님께서는 과거에 '재밌는 것부터 하라'고 말씀하신 적 있다. 나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걸까?

 

 

'버스 안에서 책 읽기 vs 버스 안에서 사람 관찰하기'

 

 

무엇이 시간낭비이고, 무엇이 지식을 쌓는 길인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