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 듣고 쓰기
정법, 돈 모으는 것과 갖추는 것
공부생
2022. 3. 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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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간 7시 31분, 일요일 저녁이다.
스승님 법문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동해도 한 번씩 가줘야 하고, 소고기도 한 번씩 사먹어야 하고, 책도 한 달에 2권 정도 사서 읽어야 하는데, 그 돈을 어째뿟노? 집 산다고 모아뿌렀지. 그건 반칙인거라. 정확하게 그 질량만큼 모자라게 되어있다'
돈은 쓰라고 있다는 부분에서의 맥락이다. 한 편으론 이해가 되면서, 또 한 편으론 의문이 생긴다. 그 전에 스승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 있다. "경제는 국민의 피와 땀이다. 그것을 함부러 쓰면 안된다. 일하기 위한 경비로, 아끼고 아껴 써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함부로 썼을 때, 너는 정확하게 빚으로 남아 어려워지게 된다"
돈을 잘 써야하는 것과, 아껴야 한다는 것에서의 충돌이 난다. 경비를 쓰는 것이, 어떤 경우에서는 잘 쓰는 것이고, 어떤 경우라야 잘못 쓰는 것일까? 남을 위해서 쓰는 것이 잘쓰는 것일까? 나 자신의 모자람을 갖추는데 쓰는 것이 잘쓰는 것일까? 과연, 소고기 사먹고 등산 다니는 것이, 나 자신의 갖춤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갖춤'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처음엔 지식을 쌓고, 소양을 쌓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책을 많이 봤다. 그런데 왠걸? 정법에서 '책은 과거의 지식입니다. 현재는 현재의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현재의 지식을 갖추는게 뭘까? 모르겠다. 정법 들으라고 했으니, 정법 들어야겠다' 하고 정법과 책을 같이 읽는 중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소스가 들려왔다. "자기관리 받아야 합니다. 외적인 것도 철두철미하게 갖춰야 합니다. 옷은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어야 합니다. 탁한 색을 입으면 안됩니다. 나를 위한게 아니라, 남을 위해서 멋지게 하고 다녀야 합니다"라는 법문이 들렸다. '아.. 외적인 것도 갖추는게 될 수 있구나..'
그래서, 나는 옷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대한 깔끔하고 단정하게 하려, 나름 노력했다. 변화의 시도다. 그래서, 화이트 셔츠도 사고, 운동화도 매일 닦아 신는다. 얼굴은 항상 웃는 얼굴로 먼저 인사하려 노력도 한다. 그러다 보니 상이 변하는 것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먹는게 갖춤이라고? 소고기가 갖춤일까? 등산을 다니는게 과연 갖춤일까? 감성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게 갖춤일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만약 그렇다라고 하면, 백화점 다니는 것도 갖춤이 될 수 있다. 감성적인 갖춤 말이다. 쇼핑 다니고 여행 다니는 것이, 갖춤이라 한다면.. 그렇다면, 사모님들은 백화점병 걸린게 병이 아닌게 되는걸까?
어디까지가 갖춤이고, 어디까지가 사치인 것일까? 스승님께선 월급을 공부 비용, 혹은 경비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을 잘써서, 스스로의 질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그런데, 만약 그 돈으로 골프를 치러 간다면.. 갖춤이라 할 수 있을까? 잣대를 어떻게 대야하는 걸까?
또 궁금하다. 골프를 치러 다니는 것이, 과연 죄이고 사치인걸까? 누군가에겐 골프가 어마어마한 경비가 드는 귀족 스포츠가 될 수 있다. 나만 해도 골프장에 단 한 번도 입장해본 적 없다. 그런데, 골프를 치는 자체가, 누군가에겐 감성적인 갖춤일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겐 직업이자 진로일 수가 있다. 그렇다면, 골프는 절대적인 선일까? 악일까? 이런 것을 질문 삼는 내 자신이 황당하다.
그런데 궁금한 것을 어쩌랴. 정법에선 분명히, '백성들의 피와 땀을 함부러 쓰면, 그만큼 어려워진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항상 견지하려 하는 중이다. 돈을 '내 돈'이라 이름 붙일 때, 빼앗기게 된다는 이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기 때문이다. 돈은 나의 것이 아니라, 돌고 도는 사회의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의 많고 적음으로 사람을 무시하거나 급을 나눈다? 미래의 내가 그럴까봐, 솔직히 겁나기도 한다.
그래서, 돈에 대한 철학을 미리 확고히 하고자 생각 중이다. 나중에 벌고 무너지느니, 차라리 벌리기 전에 정확히 알고 벌리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것이 공부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돈을 쓰는게 무섭다. '이 욕망을 채우는게, 과연 맞는 쓰임일까? 아니면, 갖춤으로써의 당연한 쓰임새일까?'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되는 것 같다. 이 부분이 자명해졌으면 좋겠다.